[양희강의 육아이야기] 1. 모두의 육아…고생일까 행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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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희강의 육아이야기] 1. 모두의 육아…고생일까 행복일까

    양희강 빅맘 산모의 집 원장

    • 입력 2020.01.02 00:00
    • 수정 2020.01.14 08:38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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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희강 빅맘 산모의 집 원장.
    양희강 빅맘 산모의 집 원장.

    1989년 첫 아이를 출산하는 날 시내에서 10리 밖에 있는 본가와 합가를 했다. 여러 가족 구성원이 함께 살아서일까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 육아의 어려움을 잘 몰랐다.

    어쩌면 옛일이라 기억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 그 동네 기억은 별로 없지만, 둘째 아이를 가졌을 때는 기억이 뚜렷하다.

    심한 입덧에 거의 누워 지냈던 초여름 어느 날. 아버님은 시내로 마작 마실 가시고, 어머님은 모찌는 선수셔서 논일에 불려갔다. 집에는 27개월 아들과 둘만 있게 됐다. 임신 초기여서 먹지도 서 있지도 못한 상태였다. 블록 쌓는데 정신 팔린 아이 옆에 그냥 살짝 드러누웠다.

    설 잠에든 순간 눈이 번쩍 떠졌다. 아이가 가지고 놀던 블록집은 완성됐는데 아이는 없었다. 미닫이 거실문은 반만 열려있고 중문도 빼꼼 열려있었다. 허술한 대문을 밀고 한길로 나왔다.

    오전 11시쯤이었을까. 초여름 땡볕이 거의 온 세상을 누렇게 띄워 놓은 것만 같았다. 정말 강아지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귀에서 나는 소리인지 머리 위에서 나는 소리인지 '웅~', '삑!~' 소리가 겹쳐 들리고, 이마와 정수리는 찬바람을 맞은 듯 했다. 식은땀 나는 주먹을 쥔 채 무조건 동네 정자나무로 달려갔다. 정자나무 맞은편에 상회가 하나 있다.

    아이는 거기서 콩 튀듯 뛰어나오고 있었다. 뭔가 희열에 찬 얼굴로, 멍하니 저를 바라보는 엄마를 온몸으로 피하면서 뒤뚱거리며 두 손은 뒤로 감춘 모습이었다. 영문을 몰라 상회를 쳐다보니 주인아저씨가 웃는 얼굴을 보이며 손가락으로 아이를 가리켰다.

    아이의 두 손에는 우산 모양 초콜릿이 들려 있었다. 괜찮다는 상회 주인 아저씨의 손짓에 나중에 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아이와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는 대문에 들어서기 전 초콜릿을 온 입술에 다 발라가며 먹고 있었다.

    어디서 난 거냐고 묻는 말에 아이는 '할아버지네 집에서 갖고 왔다.'고 했다. 온 동네가 다 아저씨고 할아버지인 세상에서 우리 아이가 자랐다. 아이 손버릇이 나빠지면 어쩌나. 주변 어른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드렸지만, 별로 지켜질 것 같지는 않았다.

    자식 키우면서 귀에 종소리 들리도록 놀라는 일은 그 이후에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육아를 쉽게 생각하고 육아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일 수 있겠다.

    실제로 난 아기들의 언어가 잘 들린다. 경험이 축적된 것도 있겠지만 처음 대면하는 상황도 대체로 쉽게 풀어나간다. 그냥 쉽게 생각하고, 쉽게 해결한다. 우리가 육아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은 분명히 있다. 특히 신생아 육아가 그렇다.

    최근의 과학적인 육아가 쉬울 수 있다. 그러나 그걸 배워서 지키려는 세대와 이전의 육아법을 전수하는 기성세대와의 충돌이 잦고 완고하게 되면서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먼저 물러설 대상은 조부모 세대라고 본다.

    내 자식 바라지도 욕심을 조금 줄이면 서로 행복하게 육아를 할 수 있는 가정이 많다. 아이의 엄마, 조부모 모두 육아 전문가 그룹을 믿고 같이 배우거나 따로 공부해 좋은 육아 환경을 만든다면 아기를 낳아 기르기가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육아가 힘든 시기라는 불가피한 사실은 변함없겠다. 그러나 조금만 준비하고 세대가 잘 협조하면 일은 쉽게 풀릴 일이다. 날마다 만나는 산모들이 어떻게 애를 키우고 살아야 하냐고 할 때마다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회귀!' 아이는 부모만 필요한 게 아니라, 윗세대와 동네 사람들, 친인척들이 함께 키우는 존재여야 한다.

    이미 다 알고 있어 말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우리 모두 단순하게 출산율 걱정을 말로 할 게 아니라 현실에 있어 충실하게 해결해보자. 이 면을 통해 보면 가임여성뿐 아니라 우리 모두 가임 가정임을 생각할 때 예외 되는 사람은 없다.

    다행히 정부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강원도와 춘천시의 육아지원금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올해부터 신생아건강관리사 파견 부분에서는 소득과 관계없이 표준 10일까지 모든 산모에게 정부지원금이 지원된다.

    이 같은 이점과 더불어 사회와 가정이 모두 육아의 한 일원으로 생각하고, 그 첫걸음을 잘 딛는다면 육아와 그로 인한 가정의 걱정은 즐거움으로 변해 훨씬 더 큰 행복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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